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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은영변호사의 법률산책]-사기죄 성립에 관한 대법원의 견해변경
황은영 변호사 | 입력 2017-02-20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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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는 토지 소유자인 B에게 토지거래허가 등에 필요한 서류라고 거짓말하여 그 토지에 관한 근저당권설정계약서 등에 서명‧날인하게 하고, B의 인감증명서를 교부받은 다음, 이를 이용하여 돈을 차용하면서 위 토지에 관하여 근저당권을 대부업자들 앞으로 설정해주고, 뿐만 아니라 3,000만 원 차용을 위해 필요한 근저당권설정 서류라고 거짓말하여 B로부터 채권최고액을 3,000만 원으로 하는 내용의 근저당권설정계약서와 채권최고액을 1억 2,000만 원으로 하는 내용의 근저당권설정계약서에 각 서명․날인을 받고, 근저당권설정등기신청서 및 위임장 등에 날인을 받는 한편, B의 인감증명서를 교부받았으며, 이를 이용해 1억 원을 차용하면서 근저당권자들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주었다. B는 자신이 의도치 않은 금전차용과 근저당설정 사실로 인해 사기 당했다고 A를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A는 사기죄로 처벌받을 수 있을까?

 

위와 같은 사례에서 B의 입장에서는 A에 속아 자신이 의도한 바와는 다르게 재산상 손해를 입었으므로 전형적인 ‘사기’라고 판단하여 A를 고소하였을 것이다. 그런데 그동안 우리 법원의 종전 법리에 따르면 위 사례에서는 피해자 B에게는 그 소유 토지에 관하여 실제로는 근저당권 등을 설정해 줄 의사가 없었기 때문에 B의 처분행위가 있었다고 볼 수 없어 A에 대한 사기죄는 무죄라는 판단을 받을 수밖에 없었고 위 사례에서도 실제 1, 2심은 종전 대법원의 법리대로 A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였다. 그런데 최근 우리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로써 종전 사기죄에 대한 견해를 변경하여 A에 대한 사기죄를 유죄로 판단하는 획기적인 판결을 내놓았다[대법원 2017. 2. 16. 선고 전원합의체 판결].

 

법률상담 중 ‘사기’에 대한 상담은 단연코 단골 메뉴이다. 그만큼 ‘내가 속았고, 처음 얘기한 것과 달라 지금은 재산상 손해를 보고’ 있으면 다 ‘사기 당했다’고 생각하고 변호사를 찾아온다. 그러나 사기 만큼 일반인의 법감정과 실제 유죄의 여부에 상당한 간극이 있는 범죄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사기는 그 범죄의 성립이 녹록지 않은 범죄인 것도 사실이다.

 

그 이유는 누군가 소위 사기를 쳐서 처벌을 받게 하기 까지는 법에서 요구하는 ‘성립요건’이 존재하여야 하는데 내가 아무리 억울하더라도 상대방이 나에게 사기를 친 행태가 사기죄의 구성요건에 들어 맞아야 비로소 처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위와 같은 사례에서 B는 A에 속아 근저당권계약서 등에 서명,날인을 하였지만 실제로는 그와 같이 근저당권을 설정해주려는 의사로 서명,날인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A에게 사기당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 법원은 사기죄에 대한 성립요건 중 ‘피해자의 처분의사’를 ‘피해자가 상대에게 속아 어떠한 처분행위를 하고 그 처분행위의 결과를 인식하였을 것’을 기준으로 판단하여 왔기 때문에 위 사례에서와 같이 ‘실제 근저당권을 설정한다는 법률효과를 인식하고 근저당권설정계약서 등을 작성한 것이 아닌 경우’에는 ‘피해자의 처분행위’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하여 사기죄 성립요건의 미비로 ‘무죄’의 결론을 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사실 위와 같은 결론이 법률가의 입장에서도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억울한 결론인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사기꾼이 정말 교묘하게 속여 피해자로 하여금 어떠한 법률효과를 가져오는 서명,날인을 하는 지 인식도 못하게 완벽하게 사기를 친 경우는 사기죄의 죄책을 묻지 않겠다는 형국이니 말이다. 이와 같은 억울한 결론이 나오지 않도록 우리 대법원은 사기죄의 성립요건 중 ‘피해자의 처분행위’를 “피해자가 상대방의 기망행위로 인하여 착오에 빠진 결과 내심의 의사와 다른 효과를 발생시키는 내용의 처분문서에 서명 또는 날인함으로써 처분문서의 내용에 따른 재산상 손해가 초래되었다면 그와 같은 처분문서에 서명 또는 날인을 한 피해자의 행위는 사기죄에서 말하는 처분행위에 해당한다. 비록 피해자의 처분결과, 즉 문서의 구체적 내용과 그 법적 효과를 미처 인식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어떤 문서에 스스로 서명 또는 날인함으로써 그 처분문서에 서명 또는 날인하는 행위에 관한 인식이 있었던 이상 피기망자의 처분의사 역시 인정된다.”고 전원합의체 판결로써 그 견해를 변경한 것이니(대법원2016도13362 선고 2017. 2. 16. 판결참조), 매우 타당한 결론이 아닐 수 없다.

 

현실적으로는 기존 판례의 법리를 무시할 수 없는 숙명을 타고난 변호사이지만, 이러한 견해변경의 판례를 접할 때면 법의 정신에 입각한 구체적 타당성 또한 잊고 산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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