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휴업 재래시장에 도움안돼…규제 풀어야 일자리 는다

김병철 변호사

입력 2017.12.07 17:3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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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보자 소프트잡 (下) / 유통산업 키우는 선진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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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우리나라 최고층 랜드마크로 우뚝 선 롯데월드타워가 지난해 4월 개장한 후 지난달 말까지 누적 3054만명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월드몰 개장과 함께 일자리 6000여 개가 생겼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에서 관광객들과 내국인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이제는 파리에서 일요일이 지루하다고 하지 마라. 브런치 먹고 나면 할 일이 없던 파리에서 샹젤리제 등 인근 백화점 쇼핑이 가능해졌다.'

여행자들이 현지 관광 정보를 쉽게 얻는 잡지 '타임아웃'은 지난 3월 일요일에 문 여는 파리 백화점과 상점을 상세히 소개하는 기사를 실었다.

프랑스는 '소프트잡(Soft Job)'의 잠재력을 보고 규제를 혁파한 대표적 나라다. 프랑스는 몇 년 전까지 대형 점포 설립 제한 등 규제를 강화하다가 최근 유통산업 육성에 전격 나섰다. 기존 규제가 소상공인 보호는커녕 기업들의 해외 이전을 촉발하고 일자리를 없애는 부작용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경제장관 시절 통과시킨 이른바 '마크롱법'이 지난 1월 본격 시행돼 모든 소매점에 적용됐던 '일요일 영업 제한 규제'가 완화됐다. 무려 109년 만에 일요일 영업 규제가 풀리며 파리 샹젤리제와 생제르맹 등 12개 국제관광지구 백화점과 상점은 1년 내내 영업이 가능해졌다. 관광지구가 아닌 곳도 지방자치단체가 허용하는 일요일 영업일이 연 5회에서 12회로 늘었다. 입법 당시 프랑스 실업률이 10.2%로 이웃 영국(5.1%)이나 독일(4.4%)의 두 배 정도로 높자 경제 침체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

프랑스 유통 규제는 1973년 대형 유통점을 억제하는 '르와이에법'부터 강화됐다. 인구 4만명 이상 도시는 면적 1500㎡ 이상, 4만명 미만 도시는 1000㎡ 이상 점포 설립 시 지자체 허가를 받게 했다. 1996년엔 300㎡ 이상 모든 점포를 대상으로 했다.

하지만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오히려 신규 출점이 묶인 대기업들이 중소 소매상을 대거 흡수·합병해 집중화됐고 카르푸 등 대기업이 해외로 빠져나가 5만여 명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결국 정부는 2008년 '경제근대화법'을 제정해 경쟁을 통한 효율성 개선을 추진했고 그 정점에 마크롱법이 통과됐다.

유럽에서 유통업 영업시간이 가장 짧은 독일도 규제 완화에 나섰다. 독일은 1956년부터 '상점폐점법'을 계기로 점포 영업시간을 평일 오전 6시~오후 8시, 일요일 휴점을 엄격히 제한해 왔다. 하지만 2006년 지자체 자율에 맡겨 현재 바이에른주와 자를란트주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은 상점이 일요일을 제외하고 영업시간을 자유롭게 정하게 했다. 이탈리아도 2011년 영업일 규제를 폐지해 일요일이 최대 쇼핑일이 됐다. 영국도 대형 점포가 입점할 때 5년간 수요 예측 조사를 의무화했다가 2009년 폐지했다.

랜드마크를 통해 소프트잡을 창출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이웃 나라 일본은 도심 재개발과 관광산업 부흥의 한 축으로 대형 쇼핑몰 지원에 적극적이다. 특정 시간대만 붐비는 오피스나 주변 지역 개발에 제약이 많은 주거지보다 흡인력과 확장성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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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광화문에 해당하는 도쿄 오피스로 마루노우치가 대표적이다. 최근 10여 년 대대적인 재개발로 마천루가 형성되고 상업시설이 들어섰다. 일본 정부의 규제 완화 덕분이다. 정부와 도쿄도는 이 일대 116만㎡를 2002년 '특별용적률적용지구'로 지정했고 3층으로 재개발된 도쿄역사의 남는 용적률을 인근 빌딩이 사들여 층수를 높이게 했다. 오피스 저층부에 쇼핑몰이 들어서자 주말이나 저녁 시간대 인적조차 드물던 거리는 언제나 북적대기 시작했다.

도쿄의 핵심 관광코스가 된 복합쇼핑몰 '긴자6'도 마찬가지다. 지난 4월 개관식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총출동해 화제가 됐다. 민간기업 쇼핑몰 개관식에 현직 총리가 참석한다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초대형 복합쇼핑몰이 단순히 건물 하나에 그치지 않고 주변, 더 나아가 도쿄에 활력을 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첫날에만 9만명이 몰렸다.

일본도 중소 점포를 보호하려 '대규모 소매점포법률(대점법)'을 제정했으나 효과가 미흡하고 미국이 자유무역에 반한다며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거론하자 2000년 법을 폐기했다. 기존 영업일수와 영업시간 규제를 폐지하고 교통과 소음 등 생활환경 개선 권고로 방향을 틀었다.

한국은 반대로 가고 있다. 소상공인 보호를 명분으로 복합쇼핑몰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기존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에 국한됐던 월 2회 의무휴업을 대기업 계열 대형·복합쇼핑몰(매장 면적 3000㎡ 이상)로 확대하는 법안을 여당이 발의했기 때문이다. 면세점까지 대상으로 거론된다.

복합쇼핑몰은 임대 방식이 대부분이라 입점 업체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 최근 1·2인 가구와 맞벌이 확대로 새로운 문화·상업 공간에 대한 수요는 높아지는데 소비자 선택권은 안중에도 없다. 조춘한 경기과학기술대 교수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 대형 마트 규제 후 마트는 물론 인근 슈퍼마켓·편의점·음식점 매출도 줄어든 반면, 대형 마트 출점 시 인근 상권 매출은 증가했다"며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이나 규제의 방향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무한 경쟁과 영역 파괴가 화두인 시대에 이분법적 규제도 문제다. 안승호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제 제품·서비스 경계도 모호해지고 서비스도 어떻게 파느냐가 중요해진 시대에 역행하는 이 같은 규제로 서비스업이 창출하는 일자리마저 위축시킬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오히려 전통시장 안에 대기업 유통점이 입점해 기업형 노하우를 전수하고 상권 전체를 살리는 역발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쿄 = 정욱 특파원 / 서울 = 이한나 기자 / 박의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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