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장 밖으로 나온 경기복 패션

김병철 변호사

입력 2018.06.13 17:31:02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공유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운동장이 유일한 무대였던 경기복이 일상으로 나왔다. 패션에는 오랫동안 장소와 상황, 성별에 따라 입어야 할 경계가 확고했지만 최근 들어 성별 간 벽을 허문 젠더리스 패션이 등장했고 이제는 장르를 파괴하는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그 선두에는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와 아디다스가 있다. 나이키는 지난 3월 축구대표팀이 착용할 유니폼을 런웨이 무대에 세워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동안 유니폼 공개는 축구 선수들이 실제 착용한 모습을 보여주는 형태로 이뤄졌다. 그러나 이번에는 디자이너들의 전유물인 런웨이 위에서 컬렉션 형태로 선보이는 파격을 시도했다. 공간 역시 서울 동대문 두타몰 지하주차장을 무대로 삼았다. 화려한 음악과 LED쇼가 펼쳐진 가운데 패션모델 12명이 유니폼을 컬렉션 의상처럼 입고 등장해 패션쇼를 방불케 했다.

애슬레저룩이 인기를 끌면서 스포츠 브랜드들이 만드는 운동복과 일상복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지만 이제는 아예 스포츠 선수 전용 경기복까지도 패션으로 흡수시키려는 시도다. 나이키코리아 관계자는 "스포츠 브랜드가 운동장에서만 유용한 브랜드가 아닌 패션 브랜드로도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또 나이키는 서울패션위크가 열렸던 서울 동대문 DDP에도 모델들을 '급파'했다. 경기복을 일상복처럼 연출한 멋진 모델들이 곳곳을 돌아다니며 시선을 끌었다.

특히 경기복이 여성 패션으로 흡수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던 경기복이 애슬레저 붐과 젠더리스 패션 열풍과 맞물리면서 여성 패션 아이템으로 재해석되고 있는 것이다. 유니폼 티셔츠에 청바지를 매치하면 지극히 일상적인 데일리룩으로 연출할 수 있고, 밀리터리 패턴 카고 바지와 연출하면 중성적인 느낌의 강렬한 룩을 완성할 수 있다. 짧은 치마를 입어 스포티함을 강조한 연출도 가능하다.

10·20대 젊은 층 사이에서 일명 길거리 패션으로 대변되는 스트리트 패션이 높은 인기를 끄는 트렌드와도 맞물려 있다. 경기복 특유의 원색을 활용한 강렬한 컬러와 고유의 디자인이 그 자체로도 개성이 되기 때문이다. 아디다스코리아 관계자는 "국가대표팀과 클럽이 가진 상징성, 원색의 화려한 컬러, 특유의 디자인은 그 자체만으로 강렬한 아이덴티티가 된다"면서 "축구 유니폼이 많은 패션 디자이너들에게 디자인적 영감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나이키는 패션계 거물 2인과 손잡고 풋볼 컬렉션을 이달 선보였다. 글로벌 패션 트렌드를 좌지우지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버질 아블로, 영국 출신 디자이너 킴 존스와 협업한 '나이키×오프화이트 풋볼, 몽 아모르(Football, Mon Amour)' '나이키×킴 존스 풋볼 리이매진드(Football Reimagined)' 컬렉션을 내놓은 것. 축구라는 스포츠에 대한 두 패션 거물의 관점이 나이키를 통해 표현된다. 버질 아블로는 고등학교 시절 축구를 했던 자신의 과거와 유럽 축구팀 유니폼 가슴 부분에 들어간 스폰서 프린트 디자인에 영감을 받아 이번 컬렉션을 디자인했다. 다양한 타이포그래피(활자술)를 활용한 글자가 큼지막하고 과감하게 활용됐다. 킴 존스는 1970~1980년대 영국 런던 펑크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아 유니폼을 패션으로 확장했다. 전통적인 경기복인 셔츠와 저지, 프리 매치 재킷에 새로운 컷을 넣어 신체 비율이 달라 보이게 디자인한 것이 독특하다.

업계 관계자들은 러시아월드컵을 계기로 '경기복 패션' 인기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강다영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