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교양] 누가 우리의 미래를 훔치는가

기사입력 2017-09-29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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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교양

 

누가 우리의 미래를 훔치는가

(마크 굿맨 지음/박세연 옮김/북라이프/2016년 7월/696쪽/24,000원)

 

모든 것이 연결되면서 모두가 위험해졌다!

- 발전하는 기술 사회 그리고 범죄에 내몰린 사람들

 

2016년 4월,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한 영국 캐머런 총리는 “IS 테러리스트들이 드론을 이용해 서구 주요 도시에 방사성 물질을 살포하는 더티 밤 공격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 역시 “(IS의 핵물질 이용은) 세계가 직면한 가장 위험한 위협 중 하나”라고 경고했다. 이러한 핵물질은 의료시설에서 불법으로 유출돼 인터넷 지하 세계인 다크 웹에서 거래되고 있다. 테러리스트들이 대도시 상공에 드론을 이용해 방사능 물질을 살포하거나 3D 프린터를 이용해 방사능 물질과 결합된 폭발물을 제조할 가능성도 제기되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영화 속 이야기로만 여겼던 방식의 범죄가 기술 발전과 함께 새롭게 등장한 것이다.

 

이 책은 미래 사회에 모습을 드러낼 모든 범죄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가 흘리고 다니는 데이터, 쉬지 않고 들여다보는 스마트폰, 편리함을 강조한 사물인터넷, 점점 작고 위험해지는 드론과 로봇, 그리고 생체 이식 기구까지 다양하고 폭넓은 주제를 다뤘다. 저자 마크 굿맨은 LAPD와 인터폴, NATO를 거쳐 FBI 상임 미래학자로 활동하며 수많은 사건을 접한 최고의 보안 전문가다. 그는 현재 싱귤래리티 대학 내에 ‘미래범죄연구소’를 설립해 그 위험을 널리 알리고 있다. 이 책은 지금껏 그가 쌓은 경험을 집대성한 책으로 눈앞으로 다가온 미래 범죄의 위험을 경고한다.

 

마크 굿맨이 사람들에게 처음 알려진 것은 TED 강연 ‘미래의 범죄에 대한 통찰’을 통해서다. 그는 20분 남짓한 강연에서 범죄 집단의 기술이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그리고 앞으로 얼마나 더 진보할지 일목요연하게 설명했다. 강연은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며 ‘TED 선정 가장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뽑혔다.

 

테러리스트들은 이제 총만으로 싸우지 않는다. 스마트폰으로 타깃을 실시간 확인하고, SNS에서 정보를 수집해 탈출경로를 확보한다. 제조업의 혁명 3D 프린터는 범죄자에게도 신세계를 열어주었다. 이제 무기를 들고 국경을 넘는 대신 원하는 곳에서 간단하게 총을 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직접 갈 필요도 없다. 초소형 드론에 작은 폭탄을 실어 보내면 문제는 간단하게 해결된다. 공공장소에서 특정 대상에게만 피해를 입히고 싶다면 그의 DNA 정보를 알아내 특별 제조한 생화학 물질을 뿌리면 된다. DNA 분석에는 고작 100달러밖에 들지 않는다. 인터넷에서 흘린 데이터뿐만 아니라 무심코 뱉은 침, 식당에서 사용한 컵, 목욕탕에서 흘린 머리카락을 범죄 집단이 어떻게 사용할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기술을 무기로 활용하는 집단은 범죄 조직뿐만이 아니다. 첨단기술의 최전선에 있는 해커와 크래커, 핵티비스트(컴퓨터 해킹을 투쟁 수단으로 삼는 행동주의자)는 물론 사악한 목적을 가진 정부까지 포함된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IT 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아직 체계를 갖추지 않은 법망을 피해 기술을 악용하는 자들도 있다.구글은 이용자의 검색어를 활용해 사람들의 신상을 분류하고 검색 내역과 이메일, 음성 메일, 사진, 동영상, 위치를 기반으로 광고주나 데이터 마이닝 업체에 정보를 팔아넘긴다. 이혼 전문 변호사 중 81퍼센트는 재판에서 이길 증거를 찾기 위해 페이스북을 뒤진다. 게임 사이트에 접속한 수백 시간의 기록, 술병을 든 채 친구들과 찍은 한 장의 사진은 재판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구매 시 비밀번호를 그대로 둔 채 사용한 베이비 캠으로 아기 방을 훔쳐보는 소아성애자도 있다. 다른 사람들보다 1,000분의 1초만큼 빠르게 움직이는 극초단타매매로 어마어마한 시세차익을 얻기도 한다. 범죄에서 기술을 활용하는 범위는 사람들의 상상을 초월한다.

 

윌리엄 깁슨의 《뉴로맨서》에 나온 말을 조금 바꿔 빌리자면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 없는 “새로운 범죄는 이미 눈앞에 와 있다. 단지 널리 퍼져 있지 않을 뿐”이다. 이 책 1부에서는 지금도 주변에서 흔하게 벌어지는, 그렇지만 무심코 지나쳤던 개인정보 문제와 SNS, 모바일 해킹 등의 문제를 다룬다. 2부에서는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딥 웹과 다크 웹, 사물인터넷, 로봇과 드론, 생화학과 생물학, 양자 물리학, 항공우주 등의 과학기술이 어떻게 범죄와 연결되는지 보여준다. 그렇다고 이 책이 위험을 경고하며 공포심만 자극한 채 끝나진 않는다. 책의 마지막 파트인 3부에서는 기술을 옳은 방향으로 이용해 범죄에 맞서는 방법이 제시된다. 모두의 안전을 위해 개인이, 기업이, 정부가 그리고 모두가 협력해서 만들어갈 평화로운 21세기 불의 지도를 제안한다.

 

전세계에서 끊임없이 테러가 일어나고, 구글의 300배에 달하는 데이터를 보유한 딥 웹에서 끊임없이 잔혹 범죄가 발생하고, 무심코 열어둔 노트북 웹캠이 몰래 나를 촬영하고, 친구와 카카오톡에서 나눈 대화가 정부의 손에 넘어가는 시대를 사는 사람들은 불안하다. 그러나 아직 시간은 있다. 정부와 경영자, 시민사회, 개인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기술은 우리에게 진정한 신세계를 보여줄 수도, 소설 속의 ‘멋진 신세계’를 가져다줄 수도 있다. 그리고 바른 길로 가는 해답은 이 책에서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책 내용 옅보기

여러분의 사적인 데이터를 공개하도록 유혹해 데이터를 팔아넘기는 기업이 구글과 페이스북만은 아니다. 트위터, 인스타그램, 핀터레스트 등 수많은 기업 역시 이들과 똑같은 일을 벌인다. 예를 들어 우리가 애플의 인공지능 에이전트인 시리에 검색어를 말할 때마다 애플은 우리의 목소리를 분석해 적어도 2년 동안 보관한다. 알고 있었는가? 중요한 문제는 누가 그런 데이터를 보관하는가가 아니라(사실상 모두가 그렇게 하는 듯하다) 그들이 그 데이터로 무슨 일을 하는가이다.”

- 「우리는 고객이 아니라 제품이다」중에서

 

“제약 산업이 비용 절감, 효율성 향상, 질병 관련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 환자의 기록을 서둘러 디지털화하는 가운데 의도치 않은 정확성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수천만 건에 달하는 전자 의료 기록 속에는 환자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도 있는데 이것이 컴퓨터 스크린상에 모습을 드러낼 경우 말 그대로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 잉글랜드 에섹스 지역에 살던 스물일곱 살의 개리 포스터가 런던의 한 대학병원에서 목숨을 잃은 이유는 병원 컴퓨터 시스템 오류로 자택에서 항암제를 과다 복용했기 때문이었다. 잘못된 처방전에 따라 약을 조제한 직원은 포스터의 고환암 치료를 위해 치사량에 달하는 약물을 제공했다.”

- 「우리가 믿는 스크린」중에서

 

“사이버 범죄 집단은 합법적인 첨단 비즈니스 전략을 활용하고 공급망 관리, 글로벌 물류, 창조적 파이낸싱, 적기 생산 방식, 직원 동기부여, 고객 수요 분석에 대단히 능통하다. 그 결과 현대적인 사이버 범죄 사업, 포괄적 편의를 제공하는 풀 서비스, 다양한 제품군, 모든 개인, 기업, 정부를 마음먹은 대로 공격하는 수익성 높은 글로벌 조직이 등장했다. 앞서 살펴봤듯 전 세계적으로 활동 중인 온라인 범죄 주식회사는 적어도 50곳이 넘는다.”

- 「범죄 주식회사」중에서

 

“정부 주도의 생체인식 데이터베이스 프로그램은 범죄자와 테러리스트를 색출하는 데 유용한 도구지만, 2011년 이스라엘 정부가 발견한 것처럼 개인 정보 보호와 보안 문제를 피해가지 못한다. 당시 이스라엘 당국은 국가의 생체인식 데이터베이스 전체를 도둑맞았다고 발표했는데 거기에는 900만 명에 달하는 이스라엘 국민의 이름과 생년월일, 사회보장번호, 가족구성원, 입양 기록, 이민 날짜, 의료 기록이 들어 있었다. 이는 이스라엘 정부의 한 계약 업체가 저지른 소행으로 드러났고 이들이 정보를 범죄 주식회사에 팔아넘기는 바람에 디지털 지하 세계에서 정보가 낱낱이 공개되고 말았다. 이처럼 사기, 신분 도용, 보안 허점 등 다양한 형태의 범죄 가능성이 분명하게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 「당신을 해킹하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