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자전거 타는 CEO - 자전거 매출 세계 1위 자이언트 이야기

기사입력 2017-11-21 14:39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자전거 타는 CEO

(킹 리우, 여우쯔옌 지음/오승윤 옮김/OCEO/2017년 10월/240쪽/13,500원)

 

자전거 매출 세계 1위 자이언트 이야기

“남들이 주저하는 길이 성공의 계단으로 연결되다!”
 
킹 리우 회장이 자이언트를 창업한 것은 서른여덟 되던 해였다. 그전까지는 개미투자자가 여기저기 투자를 하듯, 돈 되는 일을 좇아 2~3년 주기로 새로운 사업을 벌이던 흔한 사업가였다. 야심차게 투자한 장어 양식업이 태풍으로 하루아침에 30억 넘는 손실을 입고 파산 직전에 이른 뒤 마지막으로 선택한 것이 바로 자전거 사업이었다.
 
별다른 열정 없이 뛰어든 자전거 사업은 생각처럼 만만치가 않았다. 여러 생산업체가 사용하는 부품의 규격이 각기 달라 출고되는 자전거의 품질은 형편없었고 외국의 고객들에게서 항의가 빗발쳤다. 이윤만을 좇던 ‘사업가’가 회사를 통해 긍정적인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진정한 ‘경영자’의 자세로 돌아선 것은 바로 이때였다.

 

그는 협력업체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공통 규격을 바탕으로 생산해줄 것을 부탁했다. 4년간의 고행 끝에 마침내 합의점을 찾았고 자전거의 품질을 근본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었다. 다음 단계로 도전한 것은 기존의 OEM 사업 방식에서 벗어나 자체적인 브랜드를 만드는 일이었다. 당시 수주만으로도 충분히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었지만 진정한 사업의 토대를 갖추기로 결심한 것이다. 타이완 내수시장부터 공략을 시작한 자이언트는 5년 후에는 유럽과 미국, 일본, 캐나다 등으로 진출, 타이완의 자전거 업체로서는 최초로 글로벌 지사와 마케팅 채널을 둔 기업으로 거듭났다.
 
자이언트가 선뜻 내딛은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산업공동화 현상으로 타이완 자전거산업이 극심한 침체기에 빠졌을 때 자이언트는 경쟁사 ‘메리다’를 설득하여 산업연맹 ‘에이팀(A-Team)’을 구축했다. 대부분의 업계 관계자들은 ‘동종업체간의 협력’이라는 황당한 발상에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에이팀을 통해 타이완의 자전거 수출량은 증가세로 돌아섰고 평균수출단가가 네 배 가까이 급등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이러한 협업 시스템은 현재 타이완의 독특한 기업 문화로도 자리를 잡았다.

 

킹 리우 회장의 발걸음 가운데는 자이언트의 이사진 전체가 반기를 들고 나섰던 지점도 있다. 타이베이 시의 공용자전거 시스템 ‘유바이크(YouBike)’를 민간투자사업 형태로 인수하겠다는 결정을 내렸을 때였다. 실제로 유바이크 사업은 초기 2년 동안만 85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냥 공짜 자전거가 아닌 ‘좋은 자전거’를 시민들에게 제공하고 싶다는 욕심으로 생산망을 총동원하여 가장 좋은 공급업체들을 물색했다. 현재 유바이크는 세계 최고 수준의 회전율을 자랑하며 이용자 수는 누적 기준, 대만 전체 인구수인 2,300만 명을 훌쩍 넘어선다. ‘최고급 국민 차’라는 애칭으로 통하는 유바이크는 대민 시민들의 보조 교통수단으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다.

 

‘온리 원’이 없으면 ‘넘버 원’도 없다

“온리 원(Only One)이 없으면 넘버 원(Number One)도 없다. 자이언트는 먼저 ‘하나뿐인’ 장점을 많이 만들었고, 이를 통해 결과적으로 ‘최고’가 되었다.”

 

이 책에서 킹 리우 회장은 자이언트의 40년 발자취를 위와 같이 요약한다. 그가 말하는 ‘온리 원’이란 시장 점유율이나 수익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남들과는 다른 제품과 서비스, 미래의 시장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혁신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온리 원의 원점에는 ‘자신을 알기 위한 노력’이 자리한다. 리우 회장은 여러 차례의 방황과 실패를 통해 자신이 나아갈 방향을 탐색했다. 그런 노력 속에서 지난 경험과 잠재력이 비로소 스스로를 바꾸는 커다란 힘으로 작용하게 됨을 절실히 체험했다.

 

지금도 자신을 알아가는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다는 킹 리우 회장의 궁극적 목표는 타이완을 ‘자전거 낙원’으로 만드는 것이다. 전 세계 사람들이 스키를 타러 스위스를 찾듯 자전거를 타러 타이완을 방문하도록 만들겠다는 포부가 있기에 그는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자전거 전국 일주에 도전할 수 있었다. 실제로 고령의 경영자가 장거리 라이딩을 하는 모습은 세계 여러 언론에 소개되었으며 다큐멘터리로 제작되기도 했다.

 

2009년, 자이언트는 기업의 이름으로 자전거여행사를 설립했으며, 자전거를 이용한 관광 상품을 개발하는 데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한편으로는 정부와 협력하여 ‘자전거의 날’과 ‘바이크 페스티벌’을 추진해 자전거와 라이프스타일을 접목하기도 했다.

 

자전거 타는 문화를 전파하겠다는 리우 회장의 이러한 끈질긴 노력에 힘입어 자이언트는 실물 제품만이 아닌, 자전거에서 비롯되는 풍요로운 삶과 문화를 수출할 수 있게 되었다. 이케아가 가구만이 아니라 북유럽의 라이프스타일을 대변하는 것과도 마찬가지다.

 

업계의 거인이 안내하는 ‘큰 사업’의 로드맵
자이언트가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킹 리우 회장의 삶은 늘 한 박자씩 늦었다. 40세 가까운 나이에 자전거 사업을 시작했고, 50세에 이르러 자체 브랜드를 출시했으며, 60세 무렵 자이언트라는 이름으로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공용자전거 사업에 뛰어든 것은 80세가 가까운 나이였다.

 

그가 세계 최대 자전거 회사의 창업자로서, 열정적으로 자전거 문화를 전파하는 자전거 대부로서, 노년에도 1,000킬로미터 가까운 라이딩에 도전하는 진정한 라이더로서 사람들의 귀감이 되는 것은 자신의 여정에 진심 어린 성찰을 지속하고 신념을 관철해나갔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경영의 한시적 전략이나 기술을 말하지 않는다. 대신에 독자들은 업계의 선구자와 직접 동행하며 경영 전반을 꿰뚫는 혜안과 밑그림을 엿보게 될 것이다. 등을 떠밀고 다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독이며 이끌어주는 리우 회장의 목소리에, 이 책을 읽는 많은 이들은 위안과 더불어 목표를 향해 나아갈 원동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책 내용 옅보기
“‘언젠가는 일을 내려놓고 자전거로 타이완을 돌면서 발길 닿는 대로 여기저기 다니리라. 마음에 드는 식당이 보이면 자전거를 잠시 세워 두고 들르기도 해야지.’하는 생각이 늘 떠나지 않았다. 그러나 ‘머리’와 ‘발’의 거리가 너무 멀어서일까, 나는 몇 년 동안이나 계획을 실현하지 못했다. 그러던 2006년 12월, 다자에 위치한 푸두(富都)극장에서 자이언트가 협찬한 영화 <연습곡> 시사회에 참석하게 되었다. 그 영화 속의 대사 한마디가 강렬하게 다가왔다.

 

‘지금 하지 못하면 평생 못해.’ 

 

마치 객석에 있는 나에게 주인공이 직접 던지는 말 같았다. 나는 이미 일흔을 훌쩍 넘겼다. 자전거로 타이완을 일주하겠다는 꿈은 지금이 아니면 앞으로도 평생 이룰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미뤄둔 꿈은 ‘진짜’가 될 수 없다」중에서

 

“일본 언론사의 기자에게서 언젠가 인상 깊은 질문을 하나 받았다. 일본의 자전거업체들을 보면 2~3대 회장을 거쳐 업계 최고 수준으로 성장하는 것이 보통인데, 자이언트는 어떻게 창립 40년도 채 되지 않아 세계 최대 수준의 자전거 회사로 발돋움했는지 그 비결을 묻는 내용이었다. 나는 지난 40여 년간 자이언트가 걸어온 발자취를 이렇게 정리해서 설명했다. 먼저 ‘하나뿐인(Only One)’ 장점을 많이 만들었고, 이를 통해 결과적으로 ‘최고(Number One)’가 되었노라고. 내가 말하는 ‘온리 원’은 시장 점유율이나 수익을 뜻하는 게 아니다. 세계적으로 독특한 제품과 서비스, 미래의 시장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혁신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온리 원’이 없으면 ‘넘버 원’도 없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