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교양] 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

기사입력 2018-07-20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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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

(사토 겐타로 지음/서수지 옮김/사람과나무사이/2018년 5월/251쪽/16,000원)

 

인류 역사는 ‘질병과 약의 투쟁사’! 역사의 결정적 장면에 만약 '그 약'이 없었다면?

 

인류 역사는 질병과 약의 투쟁 역사다. 괴혈병, 말라리아, 매독, 에이즈 같은 치명적인 질병이 역사의 무대에 나타나 날카로운 창처럼 인류를 위협하면 비타민C, 퀴닌, 살바르산, AZT 같은 약이 기적적으로 등장하여 든든한 방패가 되어주었다. “역사에 만약은 없다!”라고들 말하지만, ‘그때 만약 이랬더라면?’ 하는 식으로 상상의 나래를 펴면 역사는 좀 더 흥미진진하고 생동감 있게 다가온다. 인류 역사의 몇 가지 장면에 ‘만약’을 대입해보자.

 

만약 16세기 대항해 시대에 바스쿠 다 가마와 마젤란이 비타민C를 알았다면?

 

바스쿠 다 가마와 마젤란은 세계를 누비고 다니며 더 많은 신천지를 발견했을지 모른다. 만약 그랬다면 그들의 고국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향신료 무역에서 막대한 부를 얻어 세계를 제패했을 가능성이 크다.

 

또 만약 그랬다면 영국은 ‘대영제국’이라는 화려한 이름으로 역사의 무대에 등장하지 못했을 것이며, 오늘날 우리가 보는 세계지도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다.

 

18세기 후반, 괴혈병이 만든 비극을 영원히 끝낸 영웅이 등장했다. 영국 해군 소속 군의관 제임스 린드가 바로 그다. 린드는 집념과 끈기로 오렌지, 사과, 레몬 등을 사용하여 실험에 실험을,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 끝에 괴혈병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린드의 괴혈병 치료제란 다름 아닌 다량의 비타민C가 함유된 과일과 채소 위주의 식단이었다. 이후 제임스 쿡 선장은 린드가 개발한 ‘비타민C를 포함한 과일과 채소 위주의 식단’을 지혜롭게 활용하여 세계 일주에 성공했다.

 

그 시대의 뱃사람들은 거센 풍랑이나 해적의 습격보다 괴혈병을 더 두려워했는데, 쿡 선장은 ‘비타민C 예방법’으로 단 한 명의 선원도 잃지 않고 무사히 항해를 마칠 수 있었다. 그리고 그의 위대한 항해는 19세기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영국의 기틀을 마련하는 출발점이 되었다.

 

만약 말라리아에 걸려 사경을 헤매던 강희제의 주치의 손에 ‘예수회의 가루’ 퀴닌이 전해지지 않았다면?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군주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강희대제는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그랬다면 역시 명군으로 인정받는 옹정제, 건륭제 역시 역사 무대에 등장하지 못했을 것이며, 청나라는 물론 아시아와 세계 판도도 달라졌을 것이다.

 

강희제는 여덟 살의 어린 나이에 만인지상의 자리에 올라 61년간이나 제위에 있으면서 많은 위대한 업적을 세워 중국 역사상 최고 명군 중 한 명으로 남았다. 300년 가까이 이어진 청 왕조의 기반이 거의 전적으로 그에 의해 닦여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런 강희제가 제대로 날개를 펴보기도 전에 종말을 맞이할 뻔한 치명적인 위기를 만났다. 마흔 살에 떠난 원정길에서 말라리아에 걸린 탓이었다. 그 바람에 한때 그는 위독한 상태에 빠졌는데, 운 좋게도 예수회 선교사가 진상한 특효약 덕분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예수회의 가루’라 불리는 약 퀴닌이 바로 그것이다. 여담이지만, 중병에 걸려 시름시름 앓는 부왕에게 병문안 온 황태자는 황제의 건강을 염려하기는커녕 이제 곧 자신이 황위에 오른다는 생각에 희색이 만면했다고 한다. 기적적으로 병에서 회복한 강희제는 인간적인 서운함에 더해 황태자의 작은 그릇에 실망하여 황위를 다른 아들에게 물려주었다. 강희제에게 황위를 물려받은 이가 또 한 명의 명군인 옹정제이며, 그 뒤를 이은 황제가 역시 명군의 반열에 오른 건륭제다.

 

퀴닌은 왜 ‘예수회의 가루’라는 이름으로 불렸을까? 대항해 시대에 아메리카 대륙으로 포교를 떠난 선교사들에 의해 퀴닌이 유럽과 아시아 등 여러 대륙에 전해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전 세계로 전파된 퀴닌은 영국 왕 찰스 2세, 청나라 황제 강희제 등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구했다.

 

이 기적의 가루 덕분에 1655년 교황을 선출하는 회의인 콘클라베는 장장 석 달을 끌었음에도 말라리아로 인한 단 한 명의 희생자도 없이 무사히 마쳤다.

 

그로부터 30여 년 전인 1623년 콘클라베에서 선거를 위해 모인 추기경 중 10명이 말라리아에 걸렸고, 그중 8명이 사망했으며, 교황에 최종 선발된 우르바누스 8세가 말라리아에 걸려 죽을 뻔했던 걸 고려하면 예수회의 가루, 퀴닌이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해냈는지 실감이 난다.

 

약의 역사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다양한 기록과 연구 자료, 정황들을 근거로 추정할 수 있을 뿐 정확히 언제, 어떻게 약이 탄생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분명한 것은, 약의 발견과 활용이 인류가 탄생하기도 전인 아주 오랜 옛날부터 시작되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인류는 독과 약을 기록하기 위해 문자와 점토, 종이 등의 기록 수단을 발명한 것처럼 보인다.” 『독과 약의 세계사』의 저자이자 일본 약과대학 교수인 후나야마 신지의 말이다. 실제로 초기 문명인들은 파피루스, 점토판 등의 필기구에 다양한 약이나 독약 등에 관한 특징과 사용법 등을 문자로 남겼다.

 

이 시대 사람들에게 무엇을 먹으면 병에 걸리는지, 또 무슨 약을 먹으면 병이 낫는지에 관한 정보는 어쩌면 왕의 이름이나 전쟁의 승패를 기록하는 일보다도 훨씬 더 중요한 일로 여겨지지 않았을까?

 

이 책 『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은 인류 역사를 ‘질병’이라는 창과 ‘약’이라는 방패의 투쟁 역사로 파악하고, 많은 국가와 사회를 치명적 위기에 빠뜨렸던 10가지 질병과 결정적 고비마다 인류를 무서운 질병의 위협에서 구한 10가지 약에 관한 흥미진진하고도 유익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 책속 들여다보기

 

“남미에 사는 꼬리 감는 원숭이는 방충제를 이용하는 방법을 안다. 이 원숭이들은 노래기를 발견하면 잽싸게 잡아서 자기 몸 여기저기에 문지른다. 노래기가 방출하는 화학물질 벤조퀴논을 몸에 바르면 뱀이나 해충 등이 가까이 다가오지 않는다는 걸 터득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기생파리라는 곤충은 애벌레에 알을 낳고, 부화한 유충은 애벌레 몸속에서 성장한다. 이윽고 애벌레가 번데기가 될 무렵, 기생파리 유충은 숙주의 외피를 아귀아귀 뜯어 먹고 바깥세계로 나온다. 그러나 기생 당하는 쪽, 즉 숙주인 불나방 유충도 기생파리 유충에게 아무 대책 없이 무기력하게 잡아먹히지는 않는다. 불나방 유충은 기생파리가 제 몸에 알을 낳으면, 평소에는 잘 먹지 않는 나도독미나리속의 독당근 같은 독성식물을 찾아 먹는다. 이렇게 독성식물을 뜯어 먹은 불나방 유충은 독처를 먹지 않은 녀석들보다 생존율이 훨씬 높다고 한다. 즉, 불나방 유충들은 제 몸속에 둥지를 튼 기생충을 퇴치하기 위해 ‘약초’를 이용하는 셈이다.”

- 〈원숭이와 곤충도 약을 사용한다고?〉중에서

 

“진통제만큼 인류가 절박하게 갈구해온 의약품은 없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런 절박한 요구와 노력의 결과, 인류가 손에 넣은 역사상 최강의 진통제가 바로 모르핀이다. 제약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해 온갖 진통제가 쏟아져 나오는 오늘날까지도 모르핀을 능가하는 제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모르핀은 육체뿐 아니라 마음의 아픔 치료에까지 효과를 발휘한다. 소량의 모르핀을 투여하면 평소 느끼던 우울감이나 슬픔을 순식간에 사라지게 해준다. 그러나 알다시피 모르핀 사용을 위해서는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모르핀’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는 효과적인 진통제보다는 인생을 파괴하는 마약에 더 가깝다. 역사 속에서도 모르핀의 긍정적인 측면보다는 부정적인 측면이 더 많이 노출되었다.”

- 〈천사와 악마의 두 얼굴을 지닌 약, 모르핀〉중에서

 

“인류 역사를 통틀어 가장 많이 팔린 약의 이름을 공개하자면, 주인공은 아스피린이다. 아스피린 제조사인 바이엘의 웹사이트에 따르면, 아스피린 생산량은 연간 5만 톤에 달하며, 5,000mg 알약 기준으로 1,000억 알 분량에 해당한다. 이를 일직선으로 늘어놓으면 100만 킬로미터 이상이라 지구에서 달까지 한 번 반을 왕복할 수 있는 거리라고 한다. 아스피린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약이지만, 특히 미국인들의 아스피린 사랑은 유별나고도 각별하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아스피린의 3분의 1가량이 미국 내에서 소비된다. 아기부터 노인까지 전 국민이 연간 100알 가까이 아스피린을 먹는 셈이라고 하니 선뜻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양이다.”

- 〈전 세계적으로 가장 사랑받는 약, 아스피린〉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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