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준범의 스타트업 공정거래] 스타트업이 알면 좋을 공정거래 (1) 단합, 담합

기사입력 2018-09-18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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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을 뒤흔들려는 스타트업이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난관은 기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선수들입니다. 이들도 예전에는 남보다 뛰어난 기술과 경영으로 시장의 승자가 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더 이상 발전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거나, 조직이 커지면서 어쩔 수 없이 둔해지거나, 아니면 내부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힘을 쏟게 되면서, 새로 등장하는 효율적인 스타트업이 시장에 진입할 틈을 보여주게 되었을 것입니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못 들어오게 막아라.”

 

평소에는 누가 시키지 않았지만 서로 눈치껏 적당히 시장을 나눠먹고 있던 회사들, 굳이 다른 회사의 거래처에 가서 더 좋은 조건으로 영업하지도 않고, 굳이 고객을 더 확보하기 위한 추가 광고도 집행하지 않던 안정적인 시장의 사업자들이, 새로운 스타트업의 등장과 함께 똘똘 뭉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외부의 적이 등장할 때 내부의 결속이 강해지는 것은 국가 간의 전쟁의 역사에서만 보이는 현상만은 아닙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많은 업계는 비슷한 학연과 지연으로 연결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같은 업종의 회사들끼리도 만나서 이야기하고 친해지는 것이 너무 자연스럽습니다. 무슨 협회, 연합회가 업종 별, 지역 별로 엄청나게 많습니다. 새로 사업을 시작했다고 하면 바로 그런 협회에서 연락이 오고, 어쩔 수 없이 모임에 나가서 안면을 터야 하는 분위기입니다. 

 

사실 이런 ‘사업자 단체'들은 원래 서로 경쟁하지 말라고 만든 것은 아니고, 주로 정부와의 대화 통로로 만들어진 경우가 많습니다. 사업자들 관점에서도 비슷한 이해관계를 가진 회사들끼리 모여서 목소리를 내야 정부가 더 들어줄 가능성이 높고, 정부 관점에서도 똑같은 건의나 주장을 여러 번 듣는 것보다는 한 번에 모아서 접수하는 것이 피곤하지 않으니, 양 쪽의 손바닥이 마주쳐 이렇게 많은 협회나 연합회가 생긴 것입니다.

 

그런데 새로운 스타트업이 등장해서 기존 사업자들을 위협할 때, 이런 동종 업계의 모임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어쩌면 뻔합니다. 

 

“공동 대응하자.”

 

공동 대응의 방법은 다양합니다. 직접 거래를 하지 말자거나, 새로 등장한 스타트업과 거래를 하는 기존의 거래처에 응징을 하자거나, 원래 업계가 함께 쓰던 인프라를 쓰지 못하게 하자고 합니다. 이런 경향은 아주 예전부터 있어 왔습니다. 1950년대 미국에서도 라디오라는 신기술이 나오자 지역 언론을 장악하고 있던 신문사가 라디오에 광고하는 회사들의 광고를 받지 않는 방법으로 시장을 지키려고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공동 대응은 모두 ‘담합'입니다.

 

담합이라는 말을 들어본 분들도 이것은 혹시 가격을 똑같이 맞추기로 하는 것만 말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단합'인지 ‘담합'인지 정확하지 않을 정도로 아직 생소한 개념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러한 ‘공동 대응'이라는 명목 하에 이루어지는 행위는 공정거래법에서 가장 무겁게 처벌하는 ‘부당한 공동행위'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입니다. 

 

공정거래법은 매출액의 1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고 형사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부당한 공동행위’를 아래와 같이 정의합니다.

 

1. 가격을 결정·유지 또는 변경하는 행위

2. 상품 또는 용역의 거래조건이나, 그 대금 또는 대가의 지급조건을 정하는 행위

3. 상품의 생산·출고·수송 또는 거래의 제한이나 용역의 거래를 제한하는 행위

4. 거래지역 또는 거래상대방을 제한하는 행위

5. 생산 또는 용역의 거래를 위한 설비의 신설 또는 증설이나 장비의 도입을 방해하거나 제한하는 행위

6. 상품 또는 용역의 생산·거래 시에 그 상품 또는 용역의 종류·규격을 제한하는 행위

7. 영업의 주요부문을 공동으로 수행·관리하거나 수행·관리하기 위한 회사등을 설립하는 행위

8. 입찰 또는 경매에 있어 낙찰자, 경락자, 투찰가격, 낙찰가격 또는 경락가격 등을 결정하는 행위

9. 제1호부터 제8호까지 외의 행위로서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 또는 사업내용을 방해하거나 제한함으로써 일정한 거래분야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행위

 

하나하나 읽어보면, 빠져 나갈 구멍은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2018년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이 중 중요한 몇 가지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지 않고 검찰에 직접 고발할 수도 있는 행위가 될 예정입니다. 

 

시장과 업계를 뒤흔들 각오가 되어 있는 스타트업이라면, 기존 시장의 선수들이 반드시 이런 행동을 할 것이라는 점을 미리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불법행위에 대응하기 위해, 미리 증거를 수집하기 위한 활동에도 꽤 신경을 써야 합니다. 원래 담합이라는 것은 아주 은밀하게 이루어집니다. 증거가 잘 남지 않습니다. 기존 사업자들이 뭔가 이상하게 똑같이 움직인다는 느낌이 들 때는 이미 늦을 수 있습니다. 

 

인력도 자본도 부족한 스타트업이지만, 미리 알고 현명하게, 또 전략적으로 움직인다면 기존 시장의 공고한 벽을 깰 수 있습니다. 공정거래법을 잘 알고 있으면 중요한 공격 수단을 하나 더 갖게 되는 것입니다. 공정한 시장에서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즐거움을 주는 수많은 유니콘이 등장하기를 기원합니다. 

법률 전문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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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준범 변호사

법무법인 세움 / 변호사

joonbum.cheon@seumlaw.com

02.562.3115

  • 2018-현재 법무법인 세움
  • 2016-17 위메프(법무실장/경영지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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